일상에 대하여

또 일주일 버텨 살아내고 신림동 집에서 일요일 아침에...

선긋기 2021. 12. 5. 09:36

신림동 집에 들어와 저녁부터 잠이 들어 자정 무렵 깨서는 얻어놓은 김장김치에 라면 두 개를 끓여먹고, 커피 내려마시고는  4시 반쯤 새 잠이 들어 7시 반에 한번 깨고는 9시 넘어 눈이 떠진다.

새벽에 깨어있으면 누구를 만나 술 마시거나 연락오는 챶는 사람도 없어 좋은게...시간이 뒤집어져 야행성의 좋은 점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거 아닐까...

뭐 이런 막무가내 노가다현장일까 싶다가도...버티고 견뎌내며 부대끼고나면...먹고 사는 일이...있는 그대로...느껴지는게 많아지는....사는게 이런거구나 싶은...

또 한 주를 버텨  살아내고 하루를 쉬는 일요일 아침...오래 전에 읽었던 시 한 수를 떠올린다.

늙은 마르크스  -김광규-

​여보게 젊은 친구
역사란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네
문학도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생각하듯 그렇게
논리적으로 변모하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는 젊어
아직은 몰라도 되네
그러나 역사와 문학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깨달을 때
자네는 고쳐 살 수
없는 나이에 이를지도 모르지
여보게 젊은 친구
머리 속의 이데올로기는
가슴 속의 사랑이 될 수 없다네
우리의 주장이 서로 달라도
제각기 자기 몫을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살고
죽어 버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우리는 죽어 과거가 되어도
역사는 언제나 현재로 남고
얽히고설킨 그때의 삶을
문학은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네
자기의 몸이 늙어 가기 전에
여보게 젊은 친구
마음이 먼저 굳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