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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술집 -문정희-

선긋기 2022. 5. 15. 15:39

위험한 술집  -문정희-

목숨이 있는 한 위험하지 않은 곳은 없다
오늘 이 술집은 위험하다
눈이 빨간 짐승들이 살의를 번뜩이며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
오늘 이 술집은 아름답다

위험하지 않으면 아름다움도 없다
무사와 평화를 원하거든
무덤으로 가라
위험하지 않은 곳은 무덤뿐이다

술에 취한 짐승들이 난바다에서 출렁거린다
시큼한 말구유 냄새를 풍기는
사랑은 물고기보다 매끄럽다
바다는 허리를 끌어안기도 전에
솨아솨아 파도소리를 낸다
싱싱한 비린내가 치솟는다
날카로운 눈알들이 비틀거리는
오늘 이 술집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