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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처럼 이렇게 -박노해-
선긋기
2022. 7. 31. 23:11
형벌처럼 이렇게 -박노해-
나랑 같이 한 길을 걷고
같이 울고 같이 웃던 좋았던 이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나고 말았는데
첫 키스처럼 떨면서 덜컥 저지른
내 생을 건 과도한 약속을 지고
왜 나만 홀로 이렇게 남아있는 걸까
다 떠나고 없는데, 정직하게 죽어갔는데,
나는 가장 많이 죽음 앞에 서고자 했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너무 빨리 젊어서 죽어갔고
너무 쉽게 변해서 떠났는데
그렇듯 너희는 지고
나만 홀로 여기 이렇게
형벌처럼 살아남아 있는 걸까
젊어서 죽어간 사랑을 품고
변해서 떠나간 상처를 안고
나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