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다 다르게 불리기를 -박노해-

선긋기 2022. 8. 18. 00:38

다 다르게 불리기를. -박노해-

그가 건넨 명함을 본다
그의 존재가 단 하나로 불릴 때
직위와 직업으로 불릴 때
왠지 슬퍼지는 마음

삶이란 내 안에 내가 몰랐던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쓸모 있게 맞춰가느라
갑옷 속에 갇혀버린 수많은 나를
자유케 하는 분투가 인생 아닌가

그래, 무엇으로 불리기륵 바라는가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난
다만 나를 만난 사람들에게
다 다르게 불리기를

샤이르 박으로
소년처럼 울고 웃던 이로
일 참 잘하던 사람으로
밥을 맛있게 먹던 이로
꽃을 좋아하던 고운 남자로
눈빛이 형형하던 사람으로
옷을 잘 차려입던 멋진 남자로

그러나 다 다르게 불려 온 나는
오로지 단 하나로 불리기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