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하루...
차 좀 뒤로 빼라고 욕하는 것도 싫어서 바삐서 정신없는 오전인데도 사진 한 장 찍고는 그냥 일했더니 알아서 뺀다. 혁명 투쟁 귀에 익은 데모곡인데...지겟발 끝으로 2톤 철근 다발을 뜨고 있는데도 밑으로 앞으로 뒤로 지나가는 업체 반장들에게 참다못해 철근 맞으면 죽는다고~~ 소리 한번 질렀더니 골조 반장이 씨익 웃더니 사람 통제를 해준다. 철근 때문에 지게차가 넘어가고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것을 경험해서 아는 사람의 표정 미소...그런데도 저 새끼는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일까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깝깝스런게...
일이 밀려 하차가 늦어진 트럭 기사가 두 개씩 떠 반말로 짜증이길래, 아저씨~~ 아저씨만 좆뱅이 치는거 아녀~~ 7시 전부터 오줌 한번 못 싸고 좆뱅이 치고 있는데...왜 지게차한테 신경질이냐고...업체한테 따지라고...계속 그러면 안 떠줄거라고...말없이 빨리 뜨라는 손짓인게...
빨리 떠주라고 재촉해서 세로로 세워진 펌프 기계가 기우뚱거리다 넘어진걸 바로 세워줬더니...이게 3천 5백, 저건 5천, 3천, 4천 5백만원 한다고...천천히 조심해서 떠달라니...
아까는 빨리 떠달라 재촉이더니...보라고 그냥 듣기에도 1억 몇 천인데...이걸 2~30만원 받고 떠주다가 넘어가면 물어내라고 할 것 아니냐고,
옆에 반장이 이건 찌그러진 고리 부품만 바꾸면 된다고 웃는데...재촉하던 업자는 펌프 이상 있으면 전화할 수도 있을거라고...기분이 참 거시기한게...전화는 오지 않았지만...
지켜보던 골조 비계 반장들이 뛰어와서는 바짝 붙여서 뜨고, 바 가져와서 묶어 고정시켜서 지하로 옮겨주라고...안 묶으면 해주지 말라고 거드니...바 끈을 가져와서 묶는다. 펌프는 조심해서 떠야돼...비싸서...넘어가면 부서질 수도 있고...큰일 나~오늘도 아침부터 쉬지 않고 일하더만...사장 돈만 많이 벌어주면 뭐할거여...천천히 쉬엄쉬엄 조심해서 뜨고...
밥 먹고 해야지...우리 장부에다 +1 해놓고 밥 먹고 해...서너 업체 반장들이 지나가면서...
한가해지니 업체 반장 두 명이 이리 와보라고 손짓이더니...딋골목 중국집에서 탕수육 시켜서는 이과두주를 주문하더니...한잔 혀~~ 장비 기사는 반장들 다치게 할까봐 일할 때는 절대 안 마셔~~ 그래야지 하면서도 씨익 웃는게...안주나 많이 잡셔~~ 배 좀 관리하고...ㅋㅋ
퇴근 무렵 두 업체 일을 하고 있으니...퇴근하는 반장들이 종일 일하는구만...음료수 박카스 커피를 주고 가는 사람...그만하고 집에 가~~ 눈 인사 고개를 까딱하고 지나는 사람...
줏어놓아야 되는 접수해놓은 시험 책을 바빠서...스트레스로...장염으로 일주일 고생해서...다 못 받는데...이건 처음 접수할 때부터 꼬이더니...1년이 다 되어가는데...시험은 붙을 때까지라서...보는 때까지 보고...한번 더 남았으니...사장놈은 오전 일 못할까봐 걱정이더니...9시까지는 해주고 점심 때 다시 올거라니...안심하는 전화 목소리인게...악덕업주 새끼 같으니라고...
주사파는 진보 좌파도 아니다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 칼잽이로 건들거리며 권력 부를 좇아 살아온 인간 말에 뭘 안다고...집회 한번 안 나가보고...영악한 청춘을 풍족하게 보냈을... 철학 사회과학 기본서도 안 읽었으면서...무식한 소리를...발끈하다...문정권 586을 겨냥한 말일거고...주사파도 아닌데...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닌거라서...뭐라 지껄이던...가치관 관점 태도 인간관계가 재정립 재구성 되어서...본질 민낯 실체가 그게 아니던...내 먹고 사는 것하고 아무 상관없는 쓰잘데기 없는 잡소리 소음들에...
준비되지 않은 시험은 이번이 마지막일테고...붙을 때까지...줏어놓을거 붙들고 매달릴거라서...남은 선택지가 몇 개 되지도...남은 인생이 그리 많지도...절반이나 남았으려나...못 남았으려나...길 위에서 길을 찾아가며 어디론가 가고 있으니....괜찮다...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