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에 끄적대기
1년 전만 해도 지게차가 서툴렀을 때 노가다들한테 쌍욕을 얻어먹고, 쫓아내라고 전화질을 해댈 때
다른 잘하는 기사들 말고 꼭 나한테 떠달라고 기다리고, 다른 업체를 소개해주던 안전자재 서반장, 안전망 팀들, 철근 형들...그 사람들 덕에 이제는 돈도 많이 받고 욕도 하며 큰소리 치며 일하는...깎인 월급이 안 맞아 다른 데로 옮긴다니 내내 서운해하던 눈빛으로 한잔하자던 사람들...
사람됨은 배움이나 환경이 아니라 타고난 살면서 가지는 품성 성품이고 상대적인 것인듯...작년 이맘때 영종도에서 일하다 추운 겨울 1월에 나왔었던 기억이...
업종변경을 몇 번 더 할거고...그때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
업종변경할 시험 준비를 하며...자격증 기술 하나로도 평생 먹고 사는데...15년은 아무때나 어디서든 4~5백 벌 기술 하나 배워두고는...제 자리 내 모습으로 살아갈 일정을 진행하는...
겨울에는 사골이 많이 나갈건데...여름 가을에 저장해둔 재고가 안 나간다며 팔아달라는 칼잽이 전화에 판이 커져서 고기값이 60여 만원 넘게...돈은 샘물 같은거라고 주장했던 경제학자들...아직 쓰고 다닐 여유는 없지만...또 벌면 되니까...신세진 사람들...술 사주겠지...
빨래를 돌리고...내일 일찍 뿜칠 기계 옮겨줘야 되고...화요일에는 시스템 큰 차로 몇 대 더 하차해주고...다른 현장 18톤 상차를 계속해줘야...목요일에는 철근 4대 들어오고...설비 파이프, 석고, 샤시도 몇 차씩...벽돌 레미탈....유리도 한 현장 들어올 때가 되었고...마감재 새 업체들도 하나씩 더 들어올테고..골조 강반장하고 한잔하기로 했고...일요일에는 용인 다녀와야 되니 예약해서....
2주 더 해주면 한달 월급 또 받는...겨울 봄 지나면 통장에 여유가 생기니...줏어놓을 책 조금씩 사서 읽어둬야 몰아치기 편하니...내년에는 일정을 잘 맞춰야...
오랜만에 서울대 운동장이나 몇 바퀴 뛰고올까...운동화도 장만해놓았고...산에 가면 좋은데 시간이 부족하니...
누가 죽었네...무슨 일이 있네...그것도 여유가 있어야 오지랖일거고...내 사는 것하고 아무 상관이 없으니...좆만한 사장놈 돈 벌어주러 나온게 아니라 내 돈 필요한거 벌려고 일하는거라고...많이 벌어주면 좆만한 놈이 고마운줄 알아야지...내 노동 가치관 태도...경찰 검사 판사 공무원 학생 학부모도 나한테 좋아야...좆같이 엮으면 적으로 뒈지든 말든...국가 사회 단체 개인 어디든 무어든...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니고...내가 있어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니...내가 죽으면 모든게 사라지지는 않지만 알아서들 살테니까...
빨래 널어놓았고...잠도 푹 잤으니...일주일 뺑이쳐도...별거없는...별거아닌...별거라고...지나고보면 우스운게...
힘들 때...기술 부족한데도 처음부터 잘하냐고 불러 써주던 업체 반장들이 문득 떠올라서...가을 탓만은 아닌...괜찮다...괜찮다 하고나면 괜찮아지는 주술같은...괜찮다...괜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