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하여

백수 3주째...

선긋기 2023. 1. 8. 13:44

일 그만두고, 사람 만나고 자고 쉬고 하니 3주가 금세 지나간다. 알람을 며칠 째 끄고 잤더니 오늘은 해가 중천일 때 눈이 떠진다.

할 줄 아는게 많은 줄 착각하고 살았는데 영어팔이가 막히니 깝깝했던...우두커니 앉아 2년 반을 보냈던....분노 절망...밑바닥부터 싹싹 훑어 올라가 보겠다며 리스트를 작성하고...몇 년째 아직도 훑는 중인데...내가 달라진거 말고 달라진게 있을까...내가 바뀌고 변하니 주변이 모든게 조금씩 달라지고...밤 늦게 한잔하자 조르는 전화가 다시 오기 시작하고..낯낯해지는...

어디든 훌쩍 다녀올 수 있는...먹고 싶은거...읽고 싶은 비싼 책을 언제든...따뜻하게 몸을 누일 수 있고...불편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을 통장 잔고가 넘쳐나야...일가를 형성하고...편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한잔 취하고...죽을 때를 생각하며 사는 것처럼...막막했던 날이 각인되어 살아지는...

호감이...선의인지...악의인지...좋은 일이 생기는 사람인지...지지리궁상으로 꼬이고 짜증나게 만드는...사람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재주가 있는 종자를 버러지 취급하듯 피하고 가려가며...생산수단을 넓히고...내 잔이 넘치나이다...줏어놓고 만드는...

바람피우자 꼬드기는 과동기뇬에게 쎄게 나갔더니 머뭇거리고 주춤하는게...귀여운...짓궂게 해줘야 헤게모니를 장악하는...사람도...여자도 맞는 사람하고...아무한테나 그런 취향은 아니라서...눈빛 좋고..대화가 소통되고...마음이 통하는...흐뭇한 관계여야...아들 하나 낳아달라고 질러대니...늙어서 못 낳아준다고...가까운 젊은 애를 꼬시라는 엄살을...쎄게 나가야 할 때...순진해서 좋을게 뭐 있나...거친 척...쎈척도 가끔씩 해줘야...

낮이 짧은 겨울이라 늦잠을 자면 하루가 짧고 뒷산 오르는게 애매한 시간이 되는...눈이 남아있을거라서 한번 올라갔다 올까...미세먼지로 시계가 안 좋으면...망설여지는...

좀 읽다가...서울대 운동장 뛰고 오던지...도림천을 걷던지...잘 읽혀지면 쭈욱 읽던지...혼자 있는 시간...쓸데없는 사람들로 혼자 있는 시간이 흐트러지면 짜증나지는...줏어놓고 모색 궁리하며 몇 쳔 벌어올데 있나 살펴보면서...시험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읽어둬야...몰아칠려면...연극 몇 편 더 살아내야 하니...

다음 주에 대학로 누구 공연하면 연락해서...연극 한 편이 주는...행복한 충족되는 느낌...사는게 연극이라서일까...

또 누가 불러낼지 모르니...미리미리 읽어두기로...조급하게 쫓기는게 싫은...느긋하게 두어 번 반복해서 읽고...볼펜 하나 들고가서 후다닥 치루고 나와야...결과가 좋은...시험 스타일이 늘 그러하니...

궁시렁궁시렁 끄적대는...커피 마시며 꼼지락대면서 읽멍하며 보내는 일요일 오후....괜찮다...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