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선긋기 2023. 1. 15. 05:51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천양희-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므로
고통은 위대하다고 누가 말했을 때,
타인의 고통을 바라볼 때는
'우리'라는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나'는 또 하나의 타인이며,
세상에는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카메라에도 안 잡히는게 세월이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게 인생길이니까.

나는 그동안 막다른 길에 다다르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삶을 주도하는 진짜 힘은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
인간의 강점 중 하나는
멍들었다고 해서 썩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헤맨다고 다 길을 잃은 것든 아니듯이,
한때는 "추억이 고통이었고 기억이 고문"(프리모 레비)이었지만,
지금은 나를 아프게 했던 많은 것들을
고독을 지키면서 넘어서게 되었다.

-천양희 산문집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