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마광수 시 두 편

선긋기 2023. 1. 31. 04:07

나를 버리고 떠난 그년에게 -마광수-

네가 떠난지 벌써 일년이다
네 몸 속에다 내 자지를 집어넣고
네 몸을 잘근잘근 유린하고 싶다

왜 너는 나를 차버렸니?
내가 정력이 없어서니?
그래도 난 혓바닥만큼은 잘 썼다

두고보자
언젠가는 내 자지에
쇠구슬을 다닥다닥 박아넣고
너를 오르가슴으로 까무라치게 할 테니

부디 그때까지 죽지말고 잘 지내라
네가 오르가슴에 숨이 막혀 죽는 그날에는
석류같은 웃음을 터트릴테니

사라의 법정 -마광수-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보지 속에 집어 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