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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연가 -나태주-

선긋기 2018. 12. 19. 15:06

겨울 연가 -나태주-

한겨울에 하도 심심해
도로 찾아 꺼내 보는
당신의 눈썹 한 켤레 ...
지난 여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그것들

움쩍 못하게 얼어붙은
저승의 이빨 사이
저 건너 하늘의 한복판에

간혹 매운 바람이 걸어놓고 가는
당신의 빛나는 알몸
아무리 헤쳐도 헤쳐도
보이지 않던 그 속살의 깊이

숙였던 이마를 들어 보일 때
눈물에 망가진 눈두덩이
그래서 더욱 당신의 눈썹 검게 보일 때

도로 찾아 듣는
대이파리 잎마다에 부서져
잔잔히 흐느끼는
옷 벗는 당신의 흐느낌 소리
가만가만 삭아드는 한숨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