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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홀로 걷는 달 -천양희-
선긋기
2018. 12. 19. 15:21
2월은 홀로 걷는 달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