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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쓰는 사람 -이승훈-
선긋기
2018. 12. 24. 23:38
난 글쓰는 사람 -이승훈-
난 글쓰는 사람
불행이여 우린 실컨 싸웠다
난 위대한 작가가 아니야 ...
난 위대한 시인도 아니야
난 글쓰는 사람
난 글을 사랑하는 사람
난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
언어여 우린 실컨 싸웠다
이제부턴 휴식이다
재를 재떨이에 털고
난 입에 담배를 물고
이 글을 쓴다
난 글쓰는 사람
난 언어가 있기 때문에
난 언어와 노는 사람
난 당신과 노는 사람
나의 병은 글쓰기 나의 병은
나의 건강 오늘도 글을 쓰고 지치고
언어여 당신에게 전화를 했지
내가 쓰는 글은
나의 애인, 나의 정부, 나의 천국
나의 지옥, 나의 숨결, 나의 가슴
나의 가슴의 흉터, 나의 섹스
서지 않는 섹스 오 내 사랑,
나의 항구, 나의 결핍, 나의 몸
이유는 없다
난 그냥 글쓰는 사람
난 그냥 걷는 사람
난 그냥 사랑하는 사람
매미가 울고 햇살이 내리고
나무가 크고 차들이 지나가듯이
그냥 글쓰는 사람
난 글쓰는 사람
내가 쓴 글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
이 글쓰기가 나를 낳고
나를 키우고 나를 병들게
하고 나를 나이 먹게 한다
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