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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정희성-

선긋기 2019. 1. 5. 07:01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
올해 몇이냐고 ​
쉰일곱이라고 ​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
조오흘 때다 ​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
이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
좋을 때다 좋을 때다 ​
말을 받는다 ​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
괜스레 나를 보고 ​
늙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