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이 곳에 살기 위하여 -정희성-

선긋기 2019. 1. 5. 07:07

이 곳에 살기 위하여 -정희성-

한 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는 소용이 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하여
나도 알 만큼은 안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
싸우다 죽은 나의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