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濯足 -황동규-

선긋기 2019. 1. 11. 00:06

濯足 -황동규-

휴대폰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
아주 적적한 곳
늦겨울 텅 빈 강원도 골짜기도 좋지만,...
알맞게 사람 냄새 풍겨 조금 덜 슴슴한
부석사 뒤편 梧田 약수 골짜기
벌써 초여름, 산들이 날이면 날마다 더 푸른 옷 갈아입을 때
흔들어 봐도 안 터지는 휴대폰
주머니에 쑤셔 넣고 걷다 보면
면허증 신분증 카드 수첩 명함 휴대폰
그리고 잊어버린 교통 범칙금 고지서까지
지겹게 지니고 다닌다는 생각 !

시냇가에 앉아 구두와 양말 벗고 바지를 걷는다.
팔과 종아리에 이틀내 모기들이 수놓은
생물과 생물이 느닷없이 만나 새긴
화끈한 文身들 !
인간의 손이 쳐서
채 완성 못본 문신도 있다.
요만한 자국도 없이
인간이 제풀로 맺을 수 있는 것이 어디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