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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송경동-
선긋기
2019. 1. 11. 01:02
철학 -송경동-
술 마시고 깊은 얘기하는 게 도통 정서에 맞지 않아
옆 자리 누워 듣는데 철학 논쟁이 붙었다
독일 철학에서 프랑스 철학으로 갔다가 동양 철학을 넘나든다...
서로 물러서지 않고, 헤겔과 포이에르바하와 니체와 하버마스와
푸코와 들뢰즈와 요즈음 뜨는 아감벤과 랑시에르가
노자와 장자로 건너뛴다, 누가 더 많이 섭렵했냐는, 현란한
논쟁이 그렇듯 누구를 이야기하나
모두 평행선이다
정작 맑스는
너무 쉬워 얘기하지 않는가 보다
나도 조금은 안다
'철'이 조금은 무겁다는 것을
'철'은 잘 물러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철'은 잘 구부러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철'은 잘 섞이지 않는다는 것을
정련된 '철'로 맞는 게 손으로 맞는 것보다 아프다는 것을
오랜 철공장 생활로 조금은 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평범한 생철학을
상부구조가 꼭 토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