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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신경림-

선긋기 2018. 11. 28. 02:26

세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으로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