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하여

새끼 잃은 비둘기 어미

선긋기 2019. 2. 27. 10:10
원룸 양사장이
처마밑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품고 있는 곳을 틀어막아, 어제부터 비둘기 어미가 날아들어 지붕을 쪼으며 들썩거린다. 저렇게 애닳게 낳아 키워봐야 공양은 커녕 제 갈길 찾아갈건데, 이기적유전자로 생명을 유전하는 본능일까, 퍼덕거리는 날개짓에 비둘기 눈빛 표정이 안쓰럽고 짠하다.

담배 피는데 난간에 매달려서는 박스 한장 아랫층에서 가져다달라길래, 박스 주워다가 찢어서 접어주었으니 공동정범일려나,

짠해서 틀어막은 박스 빼줄까 수 십 번 망설이다, 방세도 밀렸는데 평소 공손한 양사장 태도인데 밉보일까봐 그만두었다.

처마밑에 비둘기 둥지를 틀면 좀 어쨌다고 알을 안 꺼내고, 푹 썩어버리라며 틀어막는 것인지...담배피러 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비둘기 어미 퍼덕거리는 날개짓에 어쩔 줄 몰라하며 아크릴 처마 곳곳을 쪼아대는게 마음이 안 좋다.

주변에서 신경질적으로 구구대며 날아다니는 비둘기 너댓마리는 같은 씨족인가, 박스 주워서 찢어 접어달라는 부탁에 거들어준 것 뿐인데, 비둘기 패거리 표정이 너도 똑같은 공범이지 않냐는 것 같애서리, 잎새에 이는 바람이 아니라 새끼 잃은 비둘기 어미 퍼덕거리는 날갯짓에 괴로운 담배 피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