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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야 늑대야 -허홍구-

선긋기 2019. 4. 24. 23:02
늑대야 늑대야  -허홍구-

남자는 모두 도둑놈, 늑대라며
늘 경계를 하던 동창생 권여사로부터
느닷없이 소주 한잔 하자는 전화가 왔다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흥 이빨빠진 늑대는 이미 늑대가 아니라던데"

"누가 이빨이 빠져 아직 나는 늑대야"

"늑대라 해도 이젠 무섭지 않아
나는 이제 먹이감이 되지 못하거든"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늑대가 무섭지 않다는 권여사와
아직도 늑대라며 큰소리치던 내가
늦은 밤까지 거나하게 취했지만
우리 아무런 사고 없이 헤어졌다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아- 나는 아직도 늑대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