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가을볕 -박노해-

선긋기 2019. 10. 16. 13:05
가을볕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