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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천양희-
선긋기
2019. 12. 23. 12:41
실직 -천양희-
남편의 실직으로 고개숙인 그녀에게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고뇌하는 거야?
그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묻자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하더란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말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기막힌 말에
기가막힌 그녀의 마음이 와장창 깨어졌다
그 말 듣는 내 마음도 따라 깨어졌다
세상이 들려 어느 집을
사정없이 때려 눕힌 것이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마음을 깨어지게 하는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 없다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라도 그렇지
세상이여
세상이여
거꾸로 도는 바퀴여
굴러가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실업을 삼켰다
어딜가나 바람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