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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 -허영자-
선긋기
2020. 5. 31. 03:35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흠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먼 나 모를 뻔하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