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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마광수-

선긋기 2020. 6. 16. 13:31

경복궁 -마광수-

​경복궁 구석구석에는
얼마나 많은 정액과 애액이 묻어있을까

​왕들의 음탕한 욕정은
산삼, 용봉탕, 살모사, 녹용, 해구신 등
백성들의 피땀을 빨아
정성들여 키운 정력에서 나왔겠지

어린 궁녀들의 아랫도리를 물들이고도
백성들의 피는 넘쳐 흘러
아직도 경복궁 주춧돌 사이로 흘러내린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수없이 강산도 바뀌어
왕들은 죽어버려 백골조차 없지만
그 어린 궁녀들도 외로이 늙어죽어
불쌍한 모습조차 보기 어렵지만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아직도 정액 냄새가 난다 피 냄새가 난다

조선조 이씨 왕족 놈들의
그 탐욕의 냄새, 그 음흉한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