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감옥문을 열며 -문정희-
선긋기
2020. 6. 19. 22:19
감옥문을 열며 -문정희-
그가 다녀온 감옥은 어떤 곳일까
내가 알기로는
감옥은 죄인을 가두는 곳인데
그는 그곳을 다녀온 죄인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그를 죄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영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니면 재수가 없었다고나 할까
젊잖게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그를 보면 가끔 감옥은 그리운 곳이 될 때가 있다
그는 거기서 살아 있었고
밖에 있는 우리들이 그물에 갇혀
죽은 듯이 입 다물고 있었으니까
우리들이 잘 길든
고기떼들이 되어 있는 동안
그는 키가 훌쩍 커지고
눈빛 맑은 수말이 되어 있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감옥을 지니고 있다는데
오늘은 내 감옥 문부터 활짝 열어 버릴까 보다
위험한 나를 놓아 줄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