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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 -문정희-

선긋기 2020. 10. 7. 05:20

여행길 -문정희-

​햇살 속에 바퀴가 있다
햇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길이다
나는 그것을 인도에 와서 알았다
해골을 뜯어먹고산 탓인지
까마귀들이 친인척처럼 달려들었다
매캐한 연기와 연기(緣起)의 카오스를
심해어처럼 꿰어 다녔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오직 길을 잃는 일뿐이다
나는 홀로 유파(緣起)이다
길 하나를 만들며 맨발로 걷고 또 걷는다

​죽은 아내가 그리워 무굴의 왕이 지었다는
찬란한 보석 무덤을 향해 자무나 강가로 떠나는 날
나는 홀연 차에서 내렸다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이라도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그때 함께 가리라
내 몸에도 바퀴가 있으니
시공을 넘어 무한에 닿으리하

​사랑이여, 그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을 다만 모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