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안인
서울대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 안, 앞에 앉아있던 50 중반 뚱뚱한 남자가 뒷자리 20 초반여자 두 명에게 씨발년 조팔년 경상도 여자 피해자인데 함부로 경상도 여자를 지껄이냐고 횡설수설 욕짓거리다.
여자들한테 무슨 욕을 그렇게 하냐고 버럭 소리를 지를까 쳐다봤더니, 여자 두 명은 입을 닫고 황당하다는 표정이고 남자는 그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중얼중얼 욕설인데...버스 안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내가 저 남자한테 왜 여자들 대화에 끼어들어 욕짓거리냐고 따져야 되나, 모르는 여자들인데....저 여자들이 고마워할까, 저 남자랑 싸우면 그냥 사라질 여자들일텐데...멱살잡이라도 해서 경찰이 오면 폭행 피의자가 될거고...모르는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한테 욕을 처먹는게 나랑 무슨 상관이고...다른 사람들이 가만 있는데 왜 내가...그럴 가치가 있는걸까...
관악구청에서 남자는 내리고, 뭐라 쫑알거리던 여자 둘은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아무 짓도 안 한게 좋은 선택이었다.
착한 사마리아인...민주광장의 북소리를 그냥 넘어가지 못해서...인텔리겐챠...지성인...가투를 강요하던 선배들...하다보니 늘 거기에 있는 사람이 되었던걸까...
학생도...부모도...다른 선생들도 고마워하지 않는 담배피고, 사고치는 애들을 혼내고 생활지도하고 뭘 챙겨주고...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보조금 지원금 줏어챙겨 먹고 뭐라도 생기는 지역 사회단체 자리에 지자체 선거판 정치란게 패거리 패악질로 내 편 아니면 웬수가 되어 으르렁거리고 온갖 쌍소리를 정신병자마냥 지껄이고 떠들고 다니며 눈 먼 돈 배때아지가 불리는 짓거리를 부끄러움도 없이 당연하듯...그게 지역운동이고 풀뿌리 지자체 분권이라고 뭐라고 지껄인지도 모를 소리를 나불대던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죽고...좋은 일이 아닌 일이 있을 때만 연락이 와서는....기껏 일봐주면 모지란 소리를 해대고...멍청한데 돈 욕심 머리는 기가막히게 돌아가서는...힘들 때 가난하고 아플 때...나몰라라...남보다 못한 종자들이...
모르는 여자들이 쌍욕을 듣건말건...욕하는 남자랑 싸우건...다른 사람들처럼...아랑곳없이...모른체...갈 길 가는게...사회통념이고...지혜로운 법치 사회 시민이겠는게...
무슨 상관이라고...방어기제 학습효과인가...불에 데어본 뜨거운 상흔 탓에....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니다는 이기적유전자에...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괜한 짓을 해대서 멍청한 꼬라지가 될 이유 가치가 없는 것이고...아무나...남보다 못할...
무탈한 하루를 보내는 현명한 선택...지혜....더불어...사람중심...공동체를 개나소나 떠들고 사는데...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만...

가만히 있으라 했다고 미친년마냥 떠들고 날뛰던 애는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던거 같던데....날이 풀린 어느 겨울날 오후...가만히 있어서...훌륭하고 좋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