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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방에 와서 -김남주-

선긋기 2018. 12. 8. 00:58

다시 그 방에 와서 -김남주-

제대로 팔다리를 뻗을 수 없는
0.7평짜리 이 방이
7년 전에 내가 1심에서 ...
징역 2년을 받고 앉아 있을 때는
한 삼 년 도나 닦고 나갔으면 좋겠다 싶은
절간의 선방 같다고 생각했는데
펜도 없고 종이도 없고
책이라고는 달랑 예수쟁이들이 기증한
성경밖에 없었던 이 방이
그후 서너 달이 지나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누워 있을 때는
하룻밤 느긋하게 묵고 가고 싶은
나그네의 역려 같다고 생각했는데

서른 넘은 나이로
15년 징역보다리를 들쳐메고
다시 와 이 방에 앉아 생각해보니
이제는 무덤이구나!
생사람 죽어 살아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