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목백일홍 -도종환-

선긋기 2021. 4. 29. 05:15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서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