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나무가 그랬다 -박노해-

선긋기 2021. 5. 15. 21:09

비바람 치는 나무 아래에서
찢어진 생가지를 어루만지며
이 또한 지나갈거야 울먹이자

나무가 그랬다

정직하게 맞아야 지나간다고
뿌리까지 흔들리며 지나간다고


시간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고
이렇게 무언가를 데려가고
다시 무언가를 데려온다고

좋은 때도 나쁜 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게 아니라고
뼛속까지 새기며 지나가는 거라고

비바람 치는 산길에서
나무가 그랬다
나무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