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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아 -한강-
    좋아하는 시 2019. 4. 13. 22:10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 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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