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간이역 -김광규-좋아하는 시 2021. 2. 7. 19:01
낯선 간이역 -김광규-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간이역마다 서며 가며
3시간쯤 달려왔다
경지 정리가 안 된 먼 시골
논밭을 지나
난간없는 다리를 건너
도룡뇽이 많이 산다는
산자락을 빙 돌아서
터널을 통과하니 저 아래
눈 덮인 계곡 한 가운데
초라한 교회 종탑이 서 있는 마을
낯선 간이역에 도착했다
승하차 여행객도 별로 없고
멀리 산 중턱에
조그만 암자가 보이는 곳
여기는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반세기를 이어온 인연 모두 끊어버리고
홀로 여생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
여기서 내릴까
내려서 주저앉아버릴까
망설이는 사이에 호각 소리 울리고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츰 멀어지는 그 곳
몇 번이고 되돌아보면서 나는
또 다시 기회를 잃어버렸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겨울에 -김남주- (0) 2021.02.12 가득한 한심 -박노해- (0) 2021.02.09 아름다운 것은 슬픈 것이니라 - 서정주- (0) 2021.02.03 묵상 -고정희- (0) 2021.01.31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김경미- (0) 2021.01.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