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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박노해-
    좋아하는 시 2021. 5. 24. 14:00

    우리 세 식구의 밥줄을 쥐고 있는 사장님
    나의 하늘이다.

    프레스에 찍힌 손을 부여안고
    병원으로 갔을 때
    손을 붙일 수도 병신을 만들 수도 있는 의사 선생님은
    나의 하늘이다.

    두달째 임금이 막히고
    노조를 결성하다 경찰서에 끌려가
    세상에 죄 한번 짓지 않은 우리를
    감옥소에 집어 넌다는 경찰관님은
    항시 두려운 하늘이다.

    죄인을 만들수도 살릴수도 있는 판검사님은
    무서운 하늘이다.

    관청에 앉아서 흥하게도 망하게도 할 수 있는
    관리들은 겁나는 하늘이다.

    높은 사람, 힘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은
    모두 우리의 생을 관장하는
    검은 하늘이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하늘이 되나
    대대로 바닥만으로만 살아온 힘없는 내가
    그 사람에게만은
    이제 막 아장아장 걸음마 시작하는
    미치게 예쁜 우리 아가에게만은
    흔들리는 작은 하늘이겠지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짖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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