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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이생진-
    좋아하는 시 2018. 12. 12. 09:59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이생진-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어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치 않아 서로 떨어질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사슴이여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에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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