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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
    좋아하는 시 2018. 12. 15. 13:24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 그게 무슨 소용있어 '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서 문학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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