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鄕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醫員)은 여래(如來)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 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農舞 농무-신경림- (0) 2018.12.16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고정희- (0) 2018.12.15 입맞춤 -서정주- (0) 2018.12.15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허수경- (0) 2018.12.15 그 여자네 집 -김용택- (0) 2018.12.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