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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장석주-
    좋아하는 시 2018. 12. 23. 15:43

    밥 -장석주-

    귀 떨어진 개나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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