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Today
Yesterday
Total
  •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좋아하는 시 2018. 12. 23. 01:40
    꽃이 졌다는 편지 / 장석남
    1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휜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복숭아가 달렸다고 써야 할까
    그러니까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써야 할까
    내 마음속에서
    진 꽃자리엔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달이 뜨면
    누군가 아이를 갖겠구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 뿐이라고
    그대로 써야 할까
    2
    꽃 진 자리에 나는
    한 꽃 진 사람을 보내어
    내게 편지를 쓰게 하네
    다만
    흘러가는 구름이 잘 보이고
    잎을 흔드는 바람이 가끔 오고
    그 바람에
    뺨을 기대보기도 한다고
    나는 오지도않는 그 편지를
    오래도록 앉아서
    꽃 진 자리마다
    애기들 눈동자를 읽듯
    읽어내고 있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과 밥 -김소월-  (0) 2018.12.23
    밥 -장석주-  (0) 2018.12.23
    밥그릇 -정호승-  (0) 2018.12.23
    사랑스런 追憶 -윤동주-  (0) 2018.12.23
    추억 -나태주-  (0) 2018.12.2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