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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나 부라나 11편 -돈에 관한 시-좋아하는 시 2019. 1. 3. 00:34
카르미나 부라나 11편 -돈에 관한 시-
요즘은 어디를 가나 유일한 지배자는 돈이라네.
돈은 신사를 사랑하여 그의 하인인 것 같고,
돈은 정부를 사랑하고 빈털터리 신세를 두려워하고,
돈은 대수도원장과 탁발 수도사의 경배를 받고,
돈은 검은 사제복을 입은 소수도원장 위에 군림하고,
돈은 회의석상에 앉은 자들에게 충고하고,
돈은 평화를 가져오지만, 마음만 먹으면 전쟁도 가져오고,
돈은 분쟁을 일으키고 부를 파산시킬 수 있고,
돈은 거지를 당장에 부자로 만들 수 있고,
돈은 사고팔고, 자기가 준 것을 바로 되가져 오고,
돈은 아첨꾼이지만 나중에는 배신자가 되고,
돈은 항상 거짓말하고, 정직할 때가 매우 드물고,
돈은 위증자를 건강하게도 아프게도 만들고,
돈은 구두쇠들이 꿈꾸고 욕심쟁이들이 탐내고,
돈은 거짓말쟁이 탕녀와 매춘부를 숙녀로 만들고,
돈은 가난하고 헤픈 여자를 부유한 여왕으로 만든다네.
돈은 심지어 용감한 기사를 강탈하는 야수로 만들고,
돈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보다 많은 도적을 만들고,
만약 돈이 재판을 받으면, 지는 일이 거의 없고,
만약 돈이 재판에 이기면 판사조차 깊이 감동하여
돈을 용서하고 부정 이득을 합리화해 준다네.
그러나 돈은, 뻔뻔스러운 돈은, 죄를 부정하지 않아서
대신 모든 참석자들이 당장에 보증인으로 나서지.
만약 돈이 입을 열면, 가난한 자가 고통 받을 것이고,
돈은 죽음을 가져오고 심지어 현자도 눈멀게 만들지.
돈은 심지어 미치광이와 백치도 영리해 보이게 만들지.
돈이 있으면 의사들이 오지만, 믿지 못할 친구들도 온다네.
돈은 자기 식탁에선 푸짐한 진수성찬을 차리고,
돈은 그대에게 진미와 잘 요리한 생선을 주고,
돈은 프랑스 포도주와 훌륭한 외국 포도주를 마시지.
돈은, 잘 차려입으면 그 무엇보다 빛나고,
돈은 인도의 자랑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다니지.
돈은 사람들의 굽실거리는 등을 보기 좋아하지.
돈은 모든 도시들을 헐뜯고 배반하지.
돈은 숭배를 받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돈은 연지처럼 모든 결함을 감춰 버린다네.
돈은 아무 용기 없는 자들에게 영예를 안겨 주고,
돈은 감미롭고 소중한 모든 것을 시큼하게 만들고,
돈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고 불구자르 걷게 만들지.
돈에 관해 나는 혼자 간직할 수 없는 것들을 기꺼이 말하리,
돈이 종종 제단에서 찬양하는 것 같다고,
돈이 혼자서 또는 합창으로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돈이 설교하는 척하며 우는 것이 보인다고,
그러나 그 가면 뒤에서 자기가 쓴 속임수를 비웃고 있다고,
돈이 없다면 그 누구도 사랑받거나 순종받거나 명예롭지 못하지만,
돈이 있으면 악마조차 편안함을 느낀다네.
무엇보다, 어디를 가든 결국 다스리고 군림하는 건 돈이지.
오직 지혜만이 돈에서 달아나 돈을 퇴색시킨다네.- UMBERTO ECO의 "궁극의 리스트" 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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