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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를 떠나며 -허형만-좋아하는 시 2019. 1. 15. 23:57
목포를 떠나며 -허형만-
한 곳에 심지 세우며
마음 깊이 뿌리내리고 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를 더 살지는 모를 일이다만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다보니
느느니 빚 뿐이거늘
고하도 앞바다로 무너지는 파도도
째보선창 구석구석 남루한 냄새도
양을산 중턱 응달배기 허름한 무덤풀도
나의 중년을 키워온 밥줄이었는데
그 밥줄 미련없이 끊고
남은 세월만큼
헐거운 육신 하나 이끌며
떠난다, 아득한
신열 앓는 땅으로
그러나 어디 쉬운 일인가
아픔으로 아픔을 이기며
또 다른 한 곳에 심지 세워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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