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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짐에 대하여 -정호승-좋아하는 시 2019. 1. 26. 11:05
넘어짐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넘어질 때마다 꼭 물 위에 넘어진다
나는 일어설 때마다 꼭 물을 짚고 일어선다
더 이상 검은 물속 깊이 빠지지 않기 위하여...
잔잔한 물결
때로는 거친 삼각 파도를 짚고 일어선다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어떤 때는 물을 짚고 일어서다가
그만 물속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물속으로 힘차게 걸어간다
수련이 손을 뻗으면 수련의 손을 잡고
물고기들이 앞장 서면 푸른 물고기의 길을 따라간다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 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 세운 다 할지라도'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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