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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시 한 편 쓰기 -곽재구-좋아하는 시 2018. 11. 27. 11:24광주에서 시 한 편 쓰기 -곽재구-
일금 사천원을 주고
영화 "프라하의 봄"을 보다
밀란쿤데라의 원작인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화가 김경주와 소설가 박인홍이 함께 앉아 있다
시셋말로 룸펜 프롤레타리아인
이들의 꿈은 자유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그들은 안경알을 닦고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잔씩을 마신다
평일 낮인데도 영화관은 붐빈다
이곳이 광주라는 것은 생각하면 뜻밖이다
광주에 살기 위해서는 힘이 든다
아니 세상에서 살기란 힘이 든다
세상에서 적당히 살기가 어렵고
광주에서 그럭저럭 살기가 더욱 어렵다
옷을 벗어요라고 말하면
쉽게 비늘을 벗는 영화 속의 프라하 여자들처럼
그렇게 훌훌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 없을까
그렇게 시 한 편 쓸 수 있는
작은 책상 어디 없을까
사람 사는 세상 위해 이 세상 모든
탱크와 이념과 철조망을 거둔다면
그것조차 또 이념이 되나
영화가 끝나면 룸펜끼리 외상 맥주 한 거품
눈짓으로 나누는 것도 이미 반동.'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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