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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기철-
이긴 자들만이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이 봄이다
이긴 자들에게만 몸을 열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먼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먼저 가 꽃 피워놓고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
아무것도 나는 것이 없는 곳에 새와 나비를 마중 보내는 것이 봄이다
들판의 기다림을 위해 강물을 보내주는 것이 봄이다
어제 길 끝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을 위해 연두빛 언덕을 내려보내는 것이 봄이다
움 트는 것들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햇볕의 이름표를 달고 쫓아온 것이 봄이다
꼭꼭 채운 얼음의 단추를 따고 그 굳은 결의의 옷고름을 풀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는 눈더미를 쓰러뜨리고 흙과 돌에 새 순 돋게 하는 것이 봄이다
낯선 것들을 낯익은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맨발로 마중 가도 발 아프지 않은 것이 봄이다
작은 삶이 큰 삶을 껴안는 것이 봄이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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