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봄 -이기철-
    좋아하는 시 2019. 3. 16. 18:48

    봄 -이기철-

    이긴 자들만이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이 봄이다
    이긴 자들에게만 몸을 열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먼저 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먼저 가 꽃 피워놓고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
    아무것도 나는 것이 없는 곳에 새와 나비를 마중 보내는 것이 봄이다
    들판의 기다림을 위해 강물을 보내주는 것이 봄이다
    어제 길 끝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을 위해 연두빛 언덕을 내려보내는 것이 봄이다
    움 트는 것들의 손등을 쓰다듬으며 햇볕의 이름표를 달고 쫓아온 것이 봄이다
    꼭꼭 채운 얼음의 단추를 따고 그 굳은 결의의 옷고름을 풀어주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는 눈더미를 쓰러뜨리고 흙과 돌에 새 순 돋게 하는 것이 봄이다
    낯선 것들을 낯익은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맨발로 마중 가도 발 아프지 않은 것이 봄이다
    작은 삶이 큰 삶을 껴안는 것이 봄이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길 -정호승-  (0) 2019.03.18
    봄의 노래 -신경림-  (0) 2019.03.16
    봄 -최승자-  (0) 2019.03.16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0) 2019.03.15
    다시 피는 꽃 -도종환-  (0) 2019.03.08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