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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 -김광규-
건강증진센터의 진단과 처방을
미루고 미루다가 마침내
술을 끊었다
지나간 반세기 동안 즐겨온 술을
끊어버리자
술 마시던 나와
술 끊은 나 사이에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두 개의 나 가운데
어느 쪽도 편들 수 없어
괴롭다
오랫동안 술 마셔온 나는
이미 늙고 병들었으니 불쌍하고
얼마 전에 술 끊은 나는
아직 어리니까 손자처럼 귀엽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서 시달리다가
몸과 마음이 갈라져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 것 같다
쓰러져 건강하게 살기는
더욱 힘들 터인데'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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