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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수원의 시 -문정희-
    좋아하는 시 2020. 10. 21. 06:15

    과수원의 시 -문정희-

    과일을 집듯 먹음직스러운
    시 한 편을 집어
    벌름 코에 대보았다.
    시는 썩었고 시인은 벌써 지쳤다
    우주가 들어 있는 척하지만
    자칫하면 조금 익었거나 설익었거나가 전부
    아니면 늙은 나무에 조금 기대서 있거나
    메마른 땅에 방치된 열매처럼
    부글거리는 언어들의 악취
    벌레들이 파먹어
    무슨 존재인지도 모르는 죽은 가지를 두고
    서로 고개 끄덕이며 감동 받은 척하지만
    저 무지한 정치의 힘처럼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무식의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웅성거리는 저 과수원의 시인들과
    징사꾼들과 착한 척하는 능구렁이들과
    몇 번이고 문을 두드리다
    발길을 돌린 용감한 독자들 속에
    아직도 산아제한을 하지 못해
    미숙아를 줄줄이 낳아 등에 업고
    문학의 공장주를 찾아다니는 소작인들이
    술집을 웅성거리는 동안
    어설픈 견자들과 기회 포착주의자들과
    설익은 조소꾼들이 포지한 이 시대
    시는 죽었고 시인은 지쳐버렸다.
    이 과수원에 봄이 돌아오고
    푸른 별이 솟을 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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