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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하느님 -고정희-좋아하는 시 2021. 1. 29. 15:33
매맞는 하느님 -고정희-
ㅡ여성사 연구 4
깡마른 여자가 처마 밑에서
술취한 사내에게 매를 맞고 있다
머리채를 끌리고 옷을 찢기면서
회오리바람처럼 나동그라지면서
음모의 진구렁에 붙박여
증오의 최루탄을 갈비뼈에 맞고 있다
속수무책의 달빛과 마주하여
짐승처럼 노예처럼 곤봉을 맞고 있다
여자 속에 든 어머니가 매를 맞는다
여자 속에 든 아버지가 매를 맞는다
여자 속에 든 형제자매지간이 매를 맞고 쓰러진다
여자 속에 든 할머니가 매맞고 쓰러지고 피를 흘린다
여자 속에 든 하느님이 매맞고 쓰러지고 피를 흘리며 비수를 꽂는다
여자 속에 든 한 나라의 뿌리가
매맞고 피 흘리고 비수를 꽂으며 윽 하고 죽는다
깊은 밤 사내는 폭력의 이불 밑에 잠들고
세상도 따라 들어가 잠들고
오뉴월 한 서린 여자의 넋 속에서
분노의 바이러스가 꽃처럼 피어나
무지개 빛깔로
이 지상의 모든 평화를 잠그고 있다
아아 하늘의 씨를 말리고 있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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