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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희망(스테판 에셀을 위하여) -도종환-좋아하는 시 2021. 4. 8. 16:26
우리에게 총을 들게 한 것은 분노였다
저항이야말로 창조하는 정신이다
스테판 에셀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실현해가야 할 긴 여정이다
지금의 상황이 암울하고 비관적일지라도
아무리 발버둥 쳐도 출구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우리가 지지했던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했을지라도
변화의 속도가 인내를 극도로 시험하고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그는 말했다
살아오면서 적도 많았고
좌절의 순간도 많았으며
총을 내려놓고
따분한 서류를 뒤적여야 하는 시간은 길고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 중재도 많았지만
그는 자신이 쏟은 노력의 타당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대의를 위한 행군에 투신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으나 경직되지 않았으며
이제 이 총을 넘겨받으라고 말하면서도
레지스탕스의 경건주의에 빠지는 일을 경계했다
사랑의 느낌이 그를 부를 때 거절하지 않았고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명제라고 믿었으며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취향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나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은 어찌 이리 격렬한가
이렇게 시를 읊는 레지스탕스였다
인간 정신의 진보를 믿는
이상주의자이며 지치지 않는 낙관주의자인'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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