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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좋아하는 시 2018. 12. 8. 07:59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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