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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7개월 만에 고등학교 영어팔이
    일상에 대하여 2021. 6. 15. 04:34

    고시식당 저녁 먹고, 복사집에서 서류 몇 개 출력하고, 생맥주 두 잔 마시고 들어와 9시 무렵 잠들어서 새벽 2시 눈이 떠진다.

    아침 일찍 움직여야는데 한 두시간 더 잘까 뒤적거리다 일어났다.

    아침 일찍 고등학교 영어팔이 부탁이 들어와서 5분 여 만에 후다닥 결정되었다. 수업에 대한 통화를 하고, 행정실 전화를 받고...

    4년 7개월만에 학교 영어팔이다. 우두커니 2년을 보내고, 10여 개 기계자격증을 따서 7~8군데 회사에서 지게차로 얼마를 벌어오고...마흔 중반이 쉰 초반으로...수없는 복기로 발바닥으로 청동거울을 닦으며 싸늘하게 돌아앉은 것들을 바라보며...일도 사람도 헥헥거리며 지랄같은 허름한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뽑아대는 낯선 일상이란게...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인지...하고 싶은 맞는 일이 얼마나 있을거라던 그냥 내뱉던 말들이 무색하던데...

    선생 3명, 포장지 인쇄회사 사장, 구로 냉동창고 팀장하고 아침 점심으로 통화를 하고는...말투 태도마저 다른 어감인게...호칭부터 다른 상황 탓일까...

    20년 동안 기계처럼 수업하던 영어교과서 문장이 낯설지 않고 착착 달라붙어 설명해야 될 내용이 그려지고, 애들 눈빛 반응이 떠오르고, 이 선생은 이걸 빼먹고 다르게 수업하는구나...수능영어 내신에도 자주 출제되는건데, 문장구조에서도 구문 설명을 더 해줘야 이해하기 쉬울건데...몸이 기억하는....

    저 연예인이 재벌 아들 손자랑 뭔 짓을 해서 몇 억 선물을 받고 연하 꽃제비 애인을 키우든, 원나잇을 몇 프로가 경험하고, 정의 평등을 외치든....그들만의 세상일거고...연애도 밥벌이도...인간관계 취미활동도...내게 맞는...할 수 있는...적절한 일로 관계를 맺고...갈 자리 떠들 소리를 가려 사는 것이니...회복 복구되려면 몇 개 더 줏어놓고...몇 년 더 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서...

    밥이 안 나오고 돈이 안 생기는 쓰잘데기 없는 책을 읽고, 쓸데없이 기웃대고 지껄이며 내 사는 것과 아무 상관없는 종자들에...피붙이도...친구도...들러붙어 속삭이던 여자애도...

    뭐든....누구든...어디든...내게 맞는...할 수 있는...일...관계...일상 세계여야...내가 있어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무항산 무항심....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니다고...먹고 사는 생산수단 형태도...은밀한 연애도...사상 주의 이념도...공적제도 사적영역이...그때의 보임이 예전과 같지 않으니...섭세의 어느 한철을 망가지고 놓쳐버린 인생 문제를 회복 복구하며 보내며...

    좋아지겠지...괜찮다...괜찮다...

    첫마음의 길  -박노해-

    첫마음의 길을 따라
    한결같이 걸어온 겨울 정오
    돌아보니 고비마다 굽은 길이네

    ​한결같은 마음은 없어라

    ​시공을 초월한 곧은 마음은 없어라
    시간과 공간 속에서 늘 달라져온
    새로와진 첫 마음이 있을 뿐​

    ​변화하는 세상을 거슬러 오르며
    상처마다 꽃이 피고 눈물마다 별이 뜨는
    굽이굽이 한결같은 첫마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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