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좋아하는 시 2018. 12. 8. 08:17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 -신경림-
폭풍이 덤벼들어 뒤집어놓기도 하고
짐승들이 들이닥쳐 오물로 흐려놓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푸르기만 하랴
산자락에 막혀 수없는 세월 제자리를 맴돌고
매몰찬 둑에 뎅겅 허리를 잘리기도 하는
강물이 어찌 늘 도도하기만 하랴
제 속에 수많은 사연과 수많은 아픔과
수많은 눈물을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이슬처럼 수정처럼 맑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니 세상에
마실 것도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노래도 되고 얘기도 되면서
강물이 어찌 늘 고요하기만 하랴
자잘한 노여움과 하찮은 시새움에 휘말려
싸움과 죽음까지도 때로는 안고 흐르는
강물이 어찌 늘 넓기만 하랴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하늘의 힘을 빌려다 마을과 들판을
눈물로 쓸어버리기도 하는 강물이
제 몸까지 내던지며 하늘과
땅을 한바탕 뒤집어놓는
강물이 어찌 늘 편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유유하기만 하랴
강물이 어찌 도도하기만 하랴
그래도 강물은 흐르고
담담해서 아름답게 강물은 흐르고'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 계 -박노해- (0) 2018.12.09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 -박노해- (0) 2018.12.08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0) 2018.12.08 겨울산 -황지우- (0) 2018.12.08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0) 2018.12.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