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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박노해-좋아하는 시 2021. 12. 12. 15:02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박노해-
나는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계절을 따라가며 살아가리라
그 계절의 바람을 맞고
그 계절의 공기를 마시고
계절이 입혀주는 옷을 입고
계절의 여신이 주는 물을 마시리라
나는 봄과 함께 파릇파릇해지고
여름과 함께 초록불로 타오르고
가을과 함께 고개 숙여 익어가고
겨울과 함께 하얗게 떨리라
나는 내가 발 딛고 선 대지의
계절 속으로 걸어들어가리라
가난의 계절에는 노동으로 꿈을 꾸고
독재의 계절에는 온몸으로 저항하고
풍요의 계절에는 적은 소유로 충만하고
민주의 계절에는 국경 너머 눈물이 되고
탐욕의 계절에는 다시 광야의 목소리가 되리라
오 나는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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